감이 아닌 데이터로 정하는 "내 가게 자리"…AI 입지분석 서비스 나왔다
서울 전역 공공데이터 결합해 업종별 맞춤 적합도 산출, 지도 한 장으로 창업 초보자도 직관적으로 판단

[인천=김기옥 기자] "여기 목이 좋다던데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그런데 정작 왜 좋은 자리인지, 얼마나 좋은지 숫자로 설명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상가 임대차 계약은 대부분 몇 년 단위로 묶이는 큰 의사결정인데도, 여전히 지인 추천이나 부동산 소개에 의존해 자리를 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런 관행에 변화를 주는 시도가 나왔다. 통계청,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이 공개하는 공공데이터를 결합해 특정 업종이 특정 위치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점수화하고, 이를 지도 위에 시각화해 보여주는 입지분석 시스템이다.
공공데이터만 사용…출처가 분명한 객관적 지표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사설 설문이나 추정치가 아니라, 통계청 SGIS(통계지리정보서비스), 서울시 생활인구·상권분석서비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건축물대장 등 정부·공공기관이 직접 공개하는 데이터만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데이터 출처가 분명하기 때문에 "왜 이 점수가 나왔는지"를 이용자가 직접 검증할 수 있다.
업종마다 다른 잣대…카페와 병원은 보는 기준이 다르다


이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업종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페는 유동인구와 경쟁 밀집도가 중요하지만, 병의원은 배후 거주인구와 진료 수요가, 학원은 학생 수와 통학 동선이,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주변 시세 수준과 경쟁 중개업소 밀집도가 더 중요하다. 개발진은 "업종별로 핵심 지표와 반영 비중을 다르게 설계해, 한 업종에 맞는 기준을 다른 업종에 그대로 적용하는 식의 오류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동산중개사무소, 카페·커피전문점, 대형 프랜차이즈·개인 베이커리, 학원, 병의원(한의원) 등 여러 업종에 이 방식이 적용돼 있으며, 데이터와 분석 기준만 새로 설계하면 다른 업종으로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지도 한 장으로 직관적 판단…전문지식 없어도 이해 가능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시각화다. 서울 전역을 촘촘한 격자로 나눠 업종별 적합도를 색깔로 표시한 지도를 제공해, 통계나 상권분석을 몰라도 진한 색이 몰린 지역을 눈으로 찾는 것만으로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특정 위치를 클릭하면 그 지점의 상세 점수와 근거가 함께 표시된다.
주소 하나로 적합도부터 가성비까지

지도로 넓은 지역을 훑어본 뒤에는, 실제 검토 중인 매물 주소를 입력해 더 정밀한 분석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건축물대장을 자동으로 조회해 층수·용도·승강기 여부 등 건물 정보를 확인하고, 입력한 임대료를 인근 지역 평균 임대료와 비교해 시세 대비 합리적인 조건인지도 함께 보여준다. 위치 정보와 비용 정보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좋은 자리인데 비싼 건지" "싼데 이유가 있는 자리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활용 사례: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A씨의 경우
서울에서 카페 창업을 준비하던 A씨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상가 두 곳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목이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임대료는 한쪽이 30% 가량 더 비쌌다. A씨는 이 시스템에 두 주소를 각각 입력해봤다. 그 결과 임대료가 저렴한 곳은 반경 내 유동인구가 점심시간대에 유독 집중되는 오피스 밀집 지역이었고, 비싼 곳은 유동인구 자체는 비슷했지만 이미 동일 업종 경쟁 매장이 여러 곳 밀집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A씨는 임대료가 더 저렴하면서도 경쟁 강도가 낮은 자리를 선택했고, "막연히 느낌으로 고민하던 것을 숫자와 지도로 비교하니 결정이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 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예시임)

"1차 스크리닝 도구"…현장 확인은 필수
다만 개발진은 이 시스템이 절대적인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전체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 순위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 자체로 사업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공실 여부나 권리관계, 인허가 가능 여부 등은 반드시 현장 방문과 전문가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시장에서 '감'에 의존한 의사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가운데, 이 같은 공공데이터 활용 서비스가 예비 창업자들의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부동산경제신문 | 인천지사
김기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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