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1주택 규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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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목표로 발표한 '8·3 세제개편안'이 출범 20일 만에 수정 수순을 밟게 됐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일률적인 세제 불이익이 오히려 전세 매물 감소와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 등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24일 정치권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최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정부안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세제안 발표 이후 근무지 이전이나 질병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실수요자까지 투기 세력으로 규정한다는 반발이 거셌다. 이에 당정은 근무·상속 등 정당한 사유가 입증된 경우 실거주로 인정해 주는 예외 조항을 대폭 늘리는 등 세제 미세조정에 착수했다.
서울 전세 매물 12% 급감·11개월째 상승… '실거주 압박'이 부른 전세난
정부의 규제 재검토 배경에는 임대차 시장의 전세난 심화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조사에 따르면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402건으로, 1년 전(2만 3173건)과 비교해 12.0%(2771건) 급감했다. 답십리 래미안위브(2652가구)의 전세 매물이 단 1건에 불과하고, 관악드림타운(3544가구)도 6건에 그치는 등 대단지에서도 전세 가뭄이 극심하다.
공급이 줄자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5억 7683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올 7월 6억 3082만 원으로 11개월 연속 상승하며 9.4%나 껑충 뛰어올랐다.
비거주 1주택 집주인들이 세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보내고 직접 실거주에 나설 경우, 임대차 시장에서 매물이 완전히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고가주택 억누르자 '덜 똘똘한 한 채' 쏠림… 서울 평균 매매가 첫 16억 돌파
전세난이 가열되고 집값 상승 불안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중저가 단지로 몰리는 부작용도 관측됐다. KB부동산의 8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739만 원을 기록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6억 원 선을 넘어섰다.
특히 고가주택이 집중된 강남·서초구 아파트값이 세제 발표 후 2주 연속 하락한 반면, 성북구(0.45%), 중랑구(0.44%), 서대문구(0.44%) 등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지역은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규제가 시세 20억 원 이하의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를 이동시키는 풍선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 규제 완화가 시장의 패닉바잉(공포 매수)을 잠재우는 데 일부 기여할 것으로 보면서도,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나 상생임대인 제도 폐지 등 다주택자 임대 공급원마저 위축된 상황이라 근본적 전세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남권 "일단 지켜보자" 관망세 속 일부 급매물 회수 조짐
당정의 세제 완화 시그널이 나오자 최근 세 부담 우려로 급매물을 내놓았던 강남권 현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과 압구정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세제 발표 직후 늘었던 매물 등록이 주춤해졌으며 일부 집주인들은 내놓았던 급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다시 올리려는 눈치채기에 들어갔다. 세 부담 완화 폭이 확정될 때까지 거래를 보류하겠다는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꼬집는다. 구체적인 세제 완화 수치가 나오지 않아 매물이 즉각 급감하진 않겠지만, 발표 20일 만에 기조가 바뀌면서 집주인들의 관망세가 길어질 것이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 향후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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