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감정, 그리고 ‘해석의 권한’을 연구해 온 Ryan Kim(김상백) 교수가 최근 서로 다른 두 국제학술지에서 단독저자 연구성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한 편은 9천 건이 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응답을 분석한 AI 연구이고, 다른 한 편은 35만1,734개의 비식별화된 인간 관계서사를 분석한 심리학 연구다.
데이터도 방법도 다르다. 그러나 두 연구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복잡한 인간 경험과 가치갈등을 하나의 답, 라벨 또는 점수로 압축할 때 무엇이 보존되고 무엇이 사라지는가.’
■ 9천여 LLM 응답에서 ‘해석 붕괴’를 추적하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연구성과는 Nature의 Communications AI & Computing에 게재된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The affective thermodynamic relationship: an empirical information-theoretic scaling relationship for normative-conflict collapse in large language models’이며, 학술 출판명인 Ryan SangBaek Kim 단독저자로 발표됐다.
이 연구는 복수의 모델군에서 생성된 9천 건 이상의 LLM 응답을 분석해, 가치와 규범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AI가 맥락과 가치의 차이를 충분히 유지하지 못하고 모호한 안전문구, 자기모순 또는 일반론적 응답으로 수렴하는 ‘interpretative collapse’를 정량적으로 추적했다.
핵심은 AI가 단순히 정답을 틀리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충돌이 커질 때 AI가 언제부터 해석의 세밀함을 잃기 시작하는가를 정보이론적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데 있다.
연구는 sampling variance, entropy, information-theoretic capacity와 해석 붕괴 확률 사이의 경험적 scaling relationship을 제시하고, 특정 조건에서 붕괴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는 operational critical region을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는 이른바 ‘AI의 열역학 법칙’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아니다.
모든 AI에 적용되는 보편적 물리법칙이 아니라, 실험에 사용된 transformer 계열 모델에서 관찰된 경험적·정보이론적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제한했다.
이 논문은 2025년 12월 처음 투고된 뒤 여러 차례의 심사와 수정을 거쳐 2026년 5월 편집 수락됐으며, 8월 최종 출판됐다.
■ 35만1,734개의 인간 관계서사는 무엇을 보여줬나
두 번째 단독저자 연구는 Elsevier의 Acta Psychologica Volume 270에 실린 ‘Narrative Complexity Is Weakly Coupled With Affective Energy, Not Net Valence, in Relationship Narratives’다.
1935년 시작된 이 국제 심리학 저널에서 Ryan SangBaek Kim은 35만1,734개의 비식별화된 관계서사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야기의 구조적 복잡성은 단순한 긍정·부정 감정값인 net valence와는 거의 연결되지 않았고, 긍정과 부정이 서로 상쇄되는 문제를 줄인 affective energy와는 약하지만 보다 일관된 관련성을 보였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어떤 경험을 길고 복잡하게 설명한다고 해서 그 감정이 반드시 더 긍정적이거나 더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과다.
인간의 관계 경험을 하나의 sentiment score 또는 단일 감정 라벨로 환원할 경우, 서사의 구조와 정서적 강도 사이의 중요한 정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 역시 개인의 실제 내면 감정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언어에 나타난 정서적 특성과 서사구조 사이의 통계적 관계를 분석한 연구이며, 개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직접적 진단이나 인과관계를 입증한 연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 AI 연구와 심리학 연구가 만나는 하나의 질문
두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서로 전혀 다른 실험처럼 보인다.
한쪽에서는 AI가 가치갈등을 처리할 때 어떻게 해석의 세밀함을 잃는지를 분석한다.
다른 쪽에서는 인간의 관계서사가 하나의 감정점수로 얼마나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그러나 두 연구는 결국 같은 문제를 향한다.
복잡성을 하나의 값으로 줄이는 순간 무엇이 소실되는가.
AI는 복잡한 가치충돌을 하나의 응답으로 압축해야 한다.
감정분석 시스템은 인간의 관계경험을 하나의 감정점수나 라벨로 압축한다.
압축은 계산과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계산 가능성이 곧 충분한 이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정확성 다음에 오는 질문은 ‘권한’이다
Ryan Kim 교수의 연구는 이 문제를 단순한 모델 성능이나 감정분석 정확도에 머물지 않고 Human-AI Governance의 문제로 확장한다.
AI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해석은 어떤 절차를 거쳐 실제 제도적 판단이 되는가.
당사자는 그 판단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잘못된 해석을 수정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이미 다른 시스템으로 전달된 판단은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AI가 아예 인간을 해석하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한가.
Ryan Kim 교수가 연구해 온 Affective Sovereignty와 Interpretive Authority 역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Affective Sovereignty, 즉 감정 주권은 개인의 자기진술이 언제나 객관적 진실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AI나 전문가, 제도의 해석이 인간의 자기진술과 충돌할 때 어느 하나를 자동적으로 절대화하지 않고, 서로 다른 해석에 어떤 권한과 절차적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를 설계하자는 문제의식이다.
Interpretive Authority, 즉 해석 권한 역시 AI가 어떤 판단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는가보다 그 판단이 실제로 무엇을 움직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정확도는 해석의 품질을 말한다.
권한은 그 해석이 인간에게 행사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두 질문은 같지 않다.
■ 파리의 연구를 국내 연구·교육으로 연결
Ryan Kim 교수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의 연구활동을 지속하면서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국내 연구와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광운대에서는 박태훈 교수와 함께 Human-AI Governance를 중심으로 연구·교육 협력을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감정과 정신상태, 능력과 위험, 적합성과 취약성을 판단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적 성능관리만이 아니다.
누가 AI의 해석을 통제할 것인지, 어떤 판단에는 인간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는지, 인간감독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를 조직과 제도의 수준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Human-AI Governance 연구의 핵심 문제다.
■ 국제 학술활동과 대중 저술로 확장된 연구 프로그램
이 문제의식은 국제 학술활동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Ryan Kim 교수는 올해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차대학교에서 열린 SIpEIA 2026 국제학술대회에서 ‘Affective Sovereignty: Reclaiming the Right to Feel for Oneself’를 발표했고, 베트남 UEH College of Technology and Design에서는 ‘Before We Know What We Feel: AI, Affective Sovereignty, and the New Interpreters of Emotion’을 주제로 공개강연을 진행했다.
연구는 학술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서 『해석자들』에서는 사제와 국가, 가족과 진단체계를 거쳐 알고리즘으로 이어지는 감정 해석 권력의 이동을 추적한다.
국제학술지에서는 측정과 실증분석으로 문제를 검증하고, 대중 저술에서는 같은 질문을 인간의 자기이해와 사회적 권력의 문제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 AI가 인간을 해석한 뒤의 세계

Ryan Kim 교수의 최근 연구가 향하는 곳은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경쟁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 다음이다.
AI가 인간을 해석할 수 있게 된 뒤, 어떤 해석은 기록이 되고 어떤 기록은 판단이 되며 어떤 판단은 제도가 된다.
'그때 누가 수정할 수 있는가.
누가 거부할 수 있는가.
누가 마지막까지 다른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가.'
AI의 능력이 커질수록 이 질문은 기술윤리의 주변 문제가 아니라 조직, 의료, 복지, 교육과 정책의 핵심 거버넌스 문제가 된다.
파리에서부터 이어진 Ryan Kim 교수의 연구는 AI 시대의 다음 경쟁이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해석의 권한과 책임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