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시설 일부 임대해 메모리 생산 시나리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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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인텔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주요 클라우드 기업이 참여하는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재 협상은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생산 제품, 사업 구조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D램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생산이 추진될 경우 국내 국가핵심기술 보호와 관련한 절차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인텔, 오하이오 생산시설 활용 방안 논의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와 인텔이 미국 내 메모리 생산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 중 하나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임대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와 인텔, 그리고 메모리 공급을 원하는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이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업 입장에서는 AI 산업 확대로 수요가 커진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협상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최종 사업 구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오하이오에서 실제 생산이 이뤄질 경우 어떤 메모리 제품을 생산할지도 현재로서는 확정되지 않았다.
AI 확산에 메모리 수요 증가…미국 현지 생산 요구도 커져
이번 협의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현지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고성능 메모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최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여부에 따라 관세 정책을 달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에는 시장 접근 부담을 낮추고,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경우 관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미국에 새로 구축할 경우 높은 건설비와 인건비, 아시아에 집중된 부품·소재·장비 공급망 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서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과는 달라…미국 첫 메모리 전공정 가능성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는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용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해당 시설은 메모리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시설이 아니라 한국 등에서 생산된 D램을 공급받아 HBM으로 패키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에 논의되는 오하이오 생산 방안이 실제 성사될 경우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자체를 생산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지난 7월 미국 내 추가 생산시설 건설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미국 현지 생산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져 온 가운데 이번 협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가핵심기술 보호 여부가 핵심 변수
협상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이나 첨단 D램과 같은 기술이 미국 생산 과정에 활용될 경우 국내에서 국가핵심기술 관련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기업의 투자 결정은 기업 재량이라는 입장이지만,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된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반면 한국에서는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역량의 해외 이전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양국의 정책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텔 오하이오 프로젝트와도 이해관계 맞아
인텔 역시 이번 협력을 통해 오하이오 사업의 활용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인텔은 2022년 오하이오주에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생산시설 완공 시점이 늦춰진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생산시설 일부를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화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인텔은 기존 시설 활용도를 높이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양사의 협력 관계가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를 추진했으며, 이후 단계적인 사업 이전을 거쳐 인수를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메모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생산거점 구축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텔 역시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추측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오하이오 투자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협의가 실제 투자와 생산으로 이어질지는 미국의 현지 생산 확대 요구, AI 메모리 수요, 생산 비용, 그리고 국가핵심기술 보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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