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언론과 시장에서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한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 걸음만 떨어져서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법원의 판단이 아니라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급조된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라는 입법의 비극에 있다.
정교하지 못한 법 개정이 사적 자치 영역인 임대차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사유재산권을 가진 임대인은 마치 잠재적 범죄자이자 ‘불공정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 현행 제도와 판결이 가져온 폐해와 억울함은 결코 가볍지 않다.
■ 사유재산권 침해와 ‘실거주 입증’이라는 과도한 형벌적 짐
자신의 집을 자신이 사용하겠다는 것은 사유재산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정당한 권리행사다. 그러나 개정 임대차법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때조차 수많은 제약과 의무를 부여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2026다203203)에 따르면 실거주 거절 후 사정이 생겨 재임대할 경우, 임대인은 예측할 수 없었던 객관적 사정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해외 발령, 급격한 건강 악화, 예기치 않은 사업 부도 등 인간의 삶에는 변수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법과 사법부는 임대인의 경제적 유동성 위기나 가계 사정 변경 등을 아주 협소하게만 인정하려 든다. 즉 대법원이 제시한 정당한 사유로 예측 불가능성(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당시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과 불가피성(그 사정으로 인해 제3자에게 임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피)으로만 한정하면서 그 입증책임을 임대인에게 지우고 있다.
자신의 집을 내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고, 사정이 생겨 다급히 재임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이자 사법적 과잉 조치다.
■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신뢰 파괴와 만인에 대한 감시 사회
법 제정 이전의 임대차 관계는 상호 협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은 법적 대립 관계로 전락했다.
임차인은 계약이 끝나 퇴거한 후에도 전입세대열람이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조회하며 전 집주인의 뒤를 쫓고 감시한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임대인 역시 세입자의 순수한 요구조차 ‘나중에 법적 꼬투리가 잡힐까’두려워하며 각박하게 법대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만든 촘촘하지 못한 법조항 하나가 민간의 자율적 신뢰 관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법정 다툼과 사회적 비용만 폭증시킨 꼴이다.
■ 부작용의 부메랑 - 임대차 시장의 위축과 전세의 월세화
시장 원리를 무시한 입법은 결국 임대인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 임대 물량의 감소 : 실거주 갱신거절에 따른 법적 리스크와 손해배상 위험을 감수하기 싫은 임대인들은 아예 집을 비워두거나 매매로 선회했다.
- 초기 임대료 폭등 : 4년 치 인상분을 첫 계약 때 미리 반영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신규 계약의 보증금과 차임이 급등했다.
- 전세의 조용한 종말 : 손해배상 리스크와 대출 규제 속에서 임대인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이는 주거비 부담이 큰 서민들에게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 법의 균형감각 회복이 시급하다
손해배상 책임을 정당화하는 판결들은 결국 ‘잘못 만들어진 법’을 사법부가 조문대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일 뿐이다. 문제의 근원은 임대인을 타도해야 할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임차인만을 절대적 약자로 전제한 균형 잃은 임대차 3법에 있다.
임대인은 악덕 사업자가 아니라, 주택 시장에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중요한 시장 참여자다. 임대인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개인의 사정을 입증하라고 강요하며,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으로 압박하는 현 제도는 신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실거주 요건의 유연한 인정,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엄격한 과실 요건 재정비, 그리고 사적 계약의 자율성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대차 시장의 혼란과 불신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법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무기가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생의 기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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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법무사·행정사
AI부동산경제신문ㅣ자문위원
호재합동법무사사무소 대표 법무사, 행정사
법원 공무원 20년 근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