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제재, 집행정지가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LIG D&A, KAI·한화에 기댄 방산 생태계의 역설…제재는 흔들리고, 법적 대응은 일상화되는가

방위산업은 일반 산업과 다르다. 국민의 세금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방산업체의 계약 위반과 부정행위는 단순한 기업의 일탈을 넘어 국가 재정의 손실과 무기체계 전력화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더라도, 기업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법률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구제 절차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가 반복되면서 제재의 실효성이 약화되고, 집행정지를 제재에 대응하는 사실상의 기본 전략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다.

 

최근 LIG D&A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이러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방위사업청은 뇌물공여 및 방산사업 원가 부정 혐의와 관련해 24개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혐의와 처분의 적법성은 관련 절차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가 던지는 정책적 질문은 분명하다. 국가가 중대한 위법행위에 책임을 묻기 위해 제재를 결정했는데, 집행정지로 그 효력이 멈춘다면 제재 정책은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여기에 한국 방위산업 특유의 구조적 문제가 겹친다. 주요 무기체계의 핵심 플랫폼과 생산 역량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위법행위를 제재해야 하지만, 동시에 해당 기업들이 수행하는 무기체계의 생산과 납품, 정비와 후속 군수지원도 유지해야 한다. 방산업체에 대한 제재가 정부에 양날의 칼이 되는 이유다.

 

 

제재하고 싶어도 제재하기 어려운 구조

한국 방위산업은 KAI의 항공기 플랫폼과 한화그룹 계열 방산기업들의 지상무기·추진체계 등 주요 분야의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이러한 기업들은 핵심 무기체계의 개발과 양산, 수출을 수행하며 국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특정 무기체계의 개발·생산·정비 역량이 소수 기업에 집중될수록 정부의 선택지는 제한된다. 대체 공급자를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고, 생산설비와 전문인력, 기술자료, 부품 공급망까지 고려하면 다른 업체로 사업을 전환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공급업체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리면 어떻게 되는가. 신규 사업의 입찰뿐 아니라 기존 사업과의 연계, 생산 일정, 군의 전력화 계획, 해외 고객과의 계약 이행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실제 영향은 처분의 범위와 적용 법령, 해당 사업의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제재가 기존 계약이나 생산 활동을 자동으로 중단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은 존재한다. 제재를 강행하면 국가 안보와 사업 일정에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제재를 유예하거나 대체 수단을 선택하면 다른 기업과 국민에게 정부가 위법행위에 관대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이것이 방산정책의 딜레마다. 정부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기업이 동시에 정부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공급자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면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단순히 가격이나 수주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제재의 실효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제재에 따른 사업 차질을 우려할수록 기업의 협상력은 커지고, 제재의 억제력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기업이 실제로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제재를 회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개별 기업의 의도를 추정하는 데 있지 않다. 정부가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 때문에 법 집행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행정지가 일상적인 대응 전략이 된다면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공공계약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제재 수단이다. 그러나 처분 이후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제재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제재가 갖는 억제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물론 집행정지는 그 자체로 법의 악용이 아니다.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기업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면 법원의 판단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형 로펌을 선임해 전문적인 법률 대응을 하는 것 역시 기업의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법률 대응 역량이 충분한 기업일수록 집행정지와 본안 소송을 통해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고, 정부는 그 기간 동안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방산업체의 시장 지위가 강하고 대체 공급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업계에서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당장 입찰 제한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제재는 위법행위를 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소송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절차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우려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집행정지 신청·인용 현황과 본안 판결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제재의 엄정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재가 내려진 뒤 어떤 절차를 거쳐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과징금은 해결책인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사업 연속성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경우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과징금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단인지, 기업이 부담하고 사업을 계속하면 되는 비용으로 전락할 것인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핵심 플랫폼 공급업체가 제재 대상이 되는 경우 정부는 사업 차질을 우려해 금전적 제재를 선호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시장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제재가 완화된다면 오히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과징금 대체는 기업의 규모나 정부의 의존도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 위법행위의 중대성과 고의성, 반복성, 국가 재정에 미친 영향, 재발 방지 조치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내부통제 강화와 원가 검증, 계약관리 개선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금전적 부담만으로 공공계약의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의존이라는 양날의 칼을 끊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더라도 공정한 법 집행이 흔들리지 않도록 방위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줄여야 한다.

 

첫째, 주요 무기체계별 공급망과 대체 가능성을 분석해야 한다. 핵심 플랫폼의 설계와 생산, 정비 역량이 특정 기업에 집중된 분야를 파악하고, 제재나 공급 중단 상황에서도 군의 전력 유지가 가능하도록 위험관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핵심 부품과 정비, 후속 군수지원 분야에서 경쟁 가능한 공급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인력과 생산설비, 품질인증, 기술자료 접근성 등 실질적인 대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과 집행정지에 대한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해야 한다. 집행정지 신청·인용 비율, 본안 소송의 결과, 처분 확정까지 걸리는 기간 등을 분석해야 제재 제도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넷째, 집행정지 심리와 본안 소송이 국가 안보와 전력화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자료 제출과 의견 제시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다만 특정 기업이 핵심 공급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법원의 판단이나 기업의 권리구제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제재와 사업 연속성을 분리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원칙대로 묻되,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의 안정성과 군의 전력 유지에 필요한 조치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제재 대상 기업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과 국가 안보에 필요한 사업을 관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산 강국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산업이어야 한다

K-방산은 수출 확대와 생산능력 증대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방산 강국의 조건은 무기를 잘 만들고 많이 수출하는 것만이 아니다. 공공계약의 투명성, 기업의 책임, 법 집행의 일관성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LIG D&, KAI와 한화 등 주요 기업의 경쟁력은 한국 방위산업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의 역량에 대한 의존이 지나쳐 정부가 제재조차 제대로 집행하기 어려워진다면, 그 경쟁력은 정책적 취약성으로 바뀔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을 제재하면 전력화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제재하지 않으면 법 집행의 신뢰가 흔들린다. 이 딜레마를 개별 처분 담당자의 판단이나 기업과 정부의 협의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제재의 원칙과 사업 연속성 확보 방안을 사전에 제도화해야 한다.

 

집행정지는 법치주의의 안전장치이지 제재를 무력화하는 면죄부가 아니다. 과징금은 책임을 대신하는 값싼 비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핵심 무기체계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특정 기업이 사실상 제재의 예외가 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정부가 방산기업을 쉽게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 기업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방산 강국의 진정한 경쟁력은 강력한 플랫폼뿐 아니라, 그 플랫폼을 공급하는 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공정한 계약 질서에서 나온다.

작성 2026.10.26 09:29 수정 2026.10.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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